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사람들 곁에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은 각박했던 우리 삶에 작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무는 우리 삶의 작은 쉼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머리를 기대어 울기도 하고, 지친 몸을 누이고 숨 돌리던 그런 쉼터 말입니다. 그러나 산과 들이 깎여 나가고 그 위에 도시가 들어서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녹색 빛 여유로움을 주던 나무들을 잊어 가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그런 우리들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해 줄 휴식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와 친구 하면서, 또한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김수환 (前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각박한 도시생활'이라고들 말한다. 개인은 존재하지만 함께 어울림이 적고, 생명의 기운보다는 규격화된 무생물에 둘러싸여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은 점점 더 편리해지지만 그와 비례해 이상 징후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함께해야 할 존재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고 군림했던 지난 시기 과오 때문일 것이다. 아니 지난 시기라고 단정 지을 수만도 없다.
요즘은 인간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함께 해야 할 생태계 다른 존재들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함께하는 데 너무나 서툰 것이 사실이다. 그 서투른 행동을 익숙함으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에게 우종영 작가는 손을 내밀고 우리의 걸음을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사실 눈여겨보면 우리 주위에서 녹색의 친구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각각의 다름을 알아채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책을 통해 접한 나무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그간 나무들에게 얼마나 무례했는지 일깨워 준다.
출근길 아니면 산책길에 무심코 지나친 나무가 몇십 년 아니 몇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나무의 진짜 이름이 '이까시'라는 것과 60년에서 120년 사이에 단 한 번 핀다는 대나무 꽃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에 속한 한 부분이다. 인생의 이치도 자연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우종영 나무의사도 이 부분을 우리에게 전한다. 나무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배운다고.
"누구는 육교 밑에서 인생을 배우고, 누구는 어린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이제까지 외면했던 나무에게 작은 눈길이라도 주었으면,
나무와 친구가 되고픈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무들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우리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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