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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서리를 쳤다. 그의 운명은 그에게 너무나도 끔찍하고 믿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영화의 감흥을 간직하고 책을 접한다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모티브는 같으나 내용 전개나 작품을 통해 받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영화에서 벤자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신세지만 책에서는 노인의 모습일 때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었을 때는 아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생을 산다. 물론 영화 속 벤자민도 양로원에 버려지긴 했지만 퀴니와 데이지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고 생을 마감한다. 보살핌은 인간 생존에 있어서 필수 조건이다.
생의 처음과 끝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인간이 오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물다섯 살은 너무 처세에 능하고, 서른 살은 과로로 활기가 없는 편이죠.
마흔 살은 온갖 사연들이 많은 나이라 시가 한 대를 다 피우며 이야기를 해야 하고.
예순 살은, 아, 예순 살은 거의 일흔이잖아요.
하지만 쉰 살은 원숙한 나이이지요. 나는 쉰 살을 사랑해요."
태어나 생을 마감하는 과정이 거꾸로 진행된다고 해도 붙잡고 싶은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젊음이 아무리 찬란하더라도 결국 소멸해 간다. 그 찬란함을 되찾고 싶은 욕망은 '노화'를 고쳐야 하는 '병'으로 대하며 늦추고 고치려 한다. 그러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해도 젊음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늙는다는 것이 서글퍼 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미숙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나이 든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수월해지기도 한다. 인간은 그렇게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에 익숙해지며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게 되나 보다. 젊음이 매력적이지만 붙잡을 수 없고 나이가 들수록 내려놓아야 할 것들은 많아진다. 순리대로 흐르든, 거꾸로 흐르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번에 먹었던 우유가 따뜻했는지 차가웠는지, 또는 어떻게 나날들이 지나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오직 아기 침대와 나나라는 친숙한 존재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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