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책 소개 ■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에서 이제는 소설을 쓰는 작가 김초엽.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펴낸 첫 소설집으로,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_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진정한 유토피아란 신체적인 결함이 말끔하게 소거된 세상도,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격리해놓은 세상도 아닐지 모른다고. 오히려 장애와 더불어 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께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 모른다고. 어쩌면 폐기해야 할 것은 소수자들의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정상성 개념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_ 해설/ 인아영(문학평론가)
작가는 아직은 '그럴 리가'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책 속에 펼쳐 놓았다.
그리고 그 변화 속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여다보게 한다.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참신한 주제와 익숙한 문제가 결합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감정의 물성」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고 탄성이 나왔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남겨진 사람들 이야기는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편한 생활 속에 묻어 두었던 생각거리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점점 예전 방식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어진다.
나이 든 사람은 늘 긴장하며 새 것 앞에 선다. '점점 좋아지는 것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아날로그 세대는 요즘 일처리를 접하면 "세상 참 좋아졌네"라고 감탄한다. 은행이나 관공서를 쫓아다니지 않아도 집에서, 아니 거리에서도 일처리가 가능하다. 상상하던 '무엇'은 어느새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관내분실」 속 사후에 마인드를 업로딩 해서 보관하는 곳인 '마인드 도서관'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편리함' 속엔 '효율성'이 내재되어 있다. 일을 할 때뿐만 아니라 관계도 '효율'을 따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이 사라지게 된 이유 또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곳에 가족이 있어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존재하더라도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 필요란 계산기를 두드려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낼 때 생기게 된다.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의 가치로 환산될 때 우리 머릿속엔 빨간불이 들어온다.
그렇게 작가는 미래의 이야기를 우리 앞에 펼쳐 놓으면서 현실의 문제를 그 안에 담아 놓는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쉽게 멈추지 못한다.
「김초엽의 SF 소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미래다. 동시대 현실에서는 아직 가능하지 않은 미래의 과학기술이 우리를 다채롭고 신비로운 세계로 데려간다....
하지만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다. 김초엽이 그려내는 소설 세계는 지금 여기의 사회 문제들을 예리하게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선명하고, 성과 위주의 시스템 속에서 비경제적인 가치는 배제되면, 정상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존재들은 역사의 기록에서 배제된다.」
_ 해설/ 인아영(문학평론가)
오늘도 따라가기 힘든 세상을 쫓아가며 잠시 멈춰 생각해 본다.
좀 더 편리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보다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너와 나의 다름이 인정되고 각자의 색깔이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효율과 비용을 따지기보다 사람을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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