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因緣)'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은 그 인연이 닿아야 만난다고 한다. 그런데 '인연'은 사람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듯이 '인연'에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에서 만난 책들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내게 닿아 있는 인연으로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와도 그러한 인연의 끈으로 맺어졌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 너무나 재미있어 작가의 다른 책과도 인연을 이어갔다.
■ 추천평 ■
강석기 작가가 쓰는 칼럼은 시간을 내서라도 꼭 보는 편이다. 과학전문기자로서 오랜 경험에서 풀어내는 전문지식도 훌륭하지만 곳곳에 배어 있는 사람 냄새가 좋기 때문이다. 그는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 줄 안다. 거기다 탁월한 예술성까지. 이번 책에 직접 그린 그의 삽화를 보았다. 그림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투박한 선과 담백한 채색이 잘 어우러져 사람의 시선을 오래 붙든다. 그리고 미소 짓게 한다. 그는 과학에 인문학과 예술을 ‘자연스럽게’ 섞을 줄 안다.
_ 정영훈,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
작가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녀를 범주화하고 서로의 차이를 부각하는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다. 차이가 확연한 신체적 특성과 달리 심리적 특성은 남녀의 차이로 범주화할 수 없다는 '해리 라이스 교수와 바비 캐러더스 박사의 논문을 소개한다. 우리가 배우자나 애인과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 남녀라는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성의 상대와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행성에서 온 종족이니까'라고 단정 짓는 범주화 오류에서 벗어나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므로.
인간은 무엇이든 범주화하는데 익숙하다. 혈액형으로 구분하고, 피부색으로 나누고, 나라별로도 나누어 성향을 일반화 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부각해 누군가를 배제한다. 작가의 표현대로 우리 모두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니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겠다.
작가는 심리학이야기와 함께 진화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려준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여겼던 '선택어업'이 물고기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 사람과 동거하면서 환경을 공유하다 보니 진화도 같은 방향으로 일어났다는 개의 진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류에게 빛을 선물하고 잠을 빼앗은 사람은?"
에디슨은 1879년 숱한 시행착오 끝에 만든 백열전구에 대한 발명 특허를 청구했고 이듬해 특허권을 받았다.
그 뒤 인류는 지구의 자전으로 하루의 절반 동안 빼앗긴 빛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이제 인간은 밤을 잊은 듯하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밤을 낮처럼 생활하며 수면부족으로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깨어있는 동안 에너지 소비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살이 빠져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수면부족이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유는 수면부족일 때 음식 섭취가 느는 건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데 대한 생리적 적응이지만 오늘날처럼 언제 어디서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양 이상으로 먹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그리고 과학사까지 다양한 주제에 따른 각각의 이야깃거리가 두 눈을 똘망똘망하게 만든다.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라는 부제에 맞게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설명을 보탠다.
'과학'은 만능이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고 단정 지으려면 '지금 밝혀진 과학적 사실 아래'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학적이라는 것이 '참'과 '거짓'의 가름 잣대처럼 생각한다. '위험한 사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미미하며, 그 또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해 나간다. 세운 가설이 입증되지 않으면 폐기하는 것이다. '가설'을 '정설'로 인식하고, 과학적 사실을 맹신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래서 과학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 또한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강석기 작가의 글은 단정적이지 않다. 그리고 과학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편안하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고장에 정직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 있는데,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면서도 그 사실을 일러바쳤습니다."
"저희 고장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감싸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감싸줍니다.
정직은 바로 그 가운데에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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