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
"Would you be interested in coming to my house sometime to sleep with me?
루이스 워터스(로버트 레드포드) 집 앞을 서성이던 애디 무어(제인 폰다)는 망설이다 루이스의 대문을 두드린다.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요. 뭐랄까, 프러포즈 같은 거예요. 청혼은 아니고요. ... 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
"Would you be interested in coming to my house sometime to sleep with me?
배우자를 잃고 홀로 생활하던 두 사람이 만남을 시작한다.
라디오를 듣거나 낱말 맞추기를 하며 적적하게 보내던 저녁 시간을 서로의 이야기로 채워 나간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인간은 행복해 질까? 1980년에 66.1년이었던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2019년에는 83.3년으로 20년이 늘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1980년 중장년이었던 사람들은 본인들이 추정했던 노년의 시간보다 실제 20년을 더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기 쉽지 않기에 익숙한 방식에 의존하며 예전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심심하고 외로운 시간이 이어진다. 계속...
"다음엔 현관으로 들어오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수군댈 텐데요."
"수군대라죠. 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면서 평생 살았어요."
"You know I think that you should come through the front door next time."
"Well, like I said, people talk." "Oh, let them talk, "
"You know, I've spent my whole life worrying about what people think.
애디(제인 폰다)의 제안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더욱이 둘의 만남이 이웃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더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다. 누구든 주위 시선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들의 눈을 의식하여 내가 하고픈 일을 주저한다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다. 남의 시선 때문에 내가 하고픈 일을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 범죄 행위가 아니라면 세상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남 시선 때문에 주저된다면 그럴 필요 없다. 후회의 시간으로 남은 생을 채울 이유가 없다.
'후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 <IF의 심리학>의 닐 로즈 교수에 따르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의 결정적 차이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최근'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전'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결국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는 반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길게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확해진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할까, 말까' 고민될 때, 행한 행동으로 짧게 후회하는 것이 '하지 않은 행동'으로 남은 생을 길게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추억을 사랑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다른 얘기죠."
"Maybe a little bit with the memory of her, but that's different."
너무 자책하지 마요. 잘한 거예요. 좋은 사람이니까.
"Oh, don't be so hard on yourself. Louis. You did the right thing. You're a good man."
좋은 선생이었을진 몰라도 훌륭한 선생은 아니었죠. "A good one, maybe, but not a great one. I know that."
"어제까지만 해도 완벽한 삶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모두 잃은 거예요.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돼버렸어요."
"You know, you wake up one morning, and you have everything. Then the next morning it's all gone.
That's how fast it can happen, just like that, in an instant, you know?"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연이 다들 못 해도 책 한 권씩은 나올 것이다.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나이 든 만큼 차곡차곡 쌓인 삶의 기억들은 긴긴밤을 나누고 나누어도 끝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애디와 루이스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며 함께 밤을 보낸다. 이제 이야기를 나누는 밤이 기다려지고, 삶의 가장 큰 의미로 서로가 자리매김된다. 그런데 자신이 갈등하고 힘겹게 살아온 만큼 의도하지 않았지만 본인들로 인해 상처 받고 힘들어했던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묶인 인연의 매듭을 잘 풀어내는 것 또한 내게 맡겨진 몫일 것이다. 천주교에서 고해성사를 볼 때 내 죄를 고백한 다음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말을 한다. 이 부분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죄,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달라는 내용이라고 신부님께서 설명해 주셨던 것이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에서 상처 받고 또 상처를 준다. 나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다른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앵글 안에 어르신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어린이보다 어르신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고령사회를 실감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독거노인의 비율은 인구의 19.6%이다. 20년 전인 2000년과 비교했을 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두 배 이상 증가한 데 비해 독거노인의 수는 2.5배 증가했다고 한다. 비단 노인 뿐만은 아닐 테지만, 긴 밤을 고독하게 홀로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이다.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시간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면 삶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밤에 우리 영혼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잠이 잘 안 오네요." "나도 그래요."
"I'm having trouble sleeping." "Yeah, you and me both."
"어떻게 할까요?" "글쎄요."
"What should we do about it?" "I don't know."
"밤은 정말 끔찍하지 않아요?" "맞아요."
"The nights are the worst, don't you think??" "I do. I do."
"대화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요?" "좋은 생각이네요."
"We could try talking. What do you think about that?" "Oh, I think that's a good i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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